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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목 소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은 1978년 개교와 더불어 의예과 1학년에서 의학역사를 다루는 “의학사” 수업을 1학점으로 편성하여 1주일에 한 시간씩 수업을 해 왔다. 당시 수업을 담당한 김종수 교수(소아청소년과학)는 후에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장을 3회,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부총장을 2회 역임한 후 2006년에 은퇴했다. 그 후 필자가 과목을 담당하면서 2학점으로 개편하여 의예과 1학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시간씩 15주간 수업을 해 왔다. 2004년에 “미래형의학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이 전면 개편되는 과정에서 의료인문학 과목이 많이 개발되어 <의학사>, <의학입문>, <의료인문학>, <의철학>이 의예과 2년간 과정동안 학기별로 하나씩개설된 수업이었다. 2013년부터는 각 과목 고유의 이름을 버리고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다루는 과목이 <환자-의사-사회>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 수업목표 무슨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일에 대한 목표와 목적이 분명해야 일을 진행한 후에 평가가 가능해진다. <의학사> 수업의 목표를 정할 때는 모든 의과대학생이 수업에 참여하는 필수과목임을 염두에 두고 목표를 정립했다. 환자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임상의사를 양성하는 것만이 의학교육의 목표라면 의학의 역사를 굳이 모든 의과대학생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의사가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은 아주 다양하고, 의사가 해야 할 모든 역할을 모든 의사가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의사 한 명이 하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의사가 한데 모이면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의학교육과정에 의학의 역사를 다루는 과목을 개설하면서 의학역사교육이 의사에게 필요한 어떤 역량을 갖추게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정해야 했다. 역사를 파헤쳐서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학부에서 할 일이 아니라 대학원 이상에서 다루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의학사> 수업의 목표가 의학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의예과 1학년의 <의학사> 수업은 의과대학생들이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앞으로 의학을 공부하는 중에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형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 초에 프랑스의 라에넥이 청진기를 사용한 것이 의학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사소한 진단기구 하나가 의학에서 기계를 개발하여 이용하려는 자극을 주었고, 지금과 달리 질병 이름조차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시기에 라에넥은 질병 증상을 기록하고 청진에 대한 기록을 남긴 후 환자를 꾸준히 추적관찰해 가면서 질병을 연구했고, 환자가 죽은 후에는 일부를 대상으로 부검을 실시하여 확진과 함께 청진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오늘날 청진이 의학에서 아주 중요한 진단기법이 되도록 해 주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런 배경과 함께 공부를 하면 장차 의학자가 되었을 때 학문을 탐구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고, ‘청진’과 같은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학문세계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수업목표를 결정했다. 3. 수업성과 2006년도에 처음 과목을 맡았을 때는 수업성과에 대한 개념 없이 소신껏 수업을 진행했지만 2013년과 2018년에 교육과정 개편이 일어나면서 <의학사>의 수업성과도 의학의 3요소인 지식, 술기, 태도를 반영하여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가. 지식 (1) 의학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발견이 의학역사에 미친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 (2) 역사적으로 질병양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여 설명할 수 있다. (3) 감염병이 정치, 사회, 전쟁 등에 미친 영향을 그 시대상을 반영하여 설명할 수 있다. (4) 질병을 바라보는 질병관이 의학에서 왜 중요하며, 의학역사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5) 한국의학사의 발전과정을 세계의학사 발전과정과 비교하여 설명할 수 있다. (6) 현대의학에서 의사와 의료인의 지위와 역할이 결정되는 과정을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여 설명할 수 있다. 나. 술기 (1) 말하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설명할 수 있다. (2) 독자와 청중에게 내가 의도하는 내용을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 (3)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나만의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다. 태도 (1) 유용한 자료를 자기주도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다. (2) 의료인(의과대학생)으로서 행동을 결정하기 위한 판단을 할 때 유사한 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적절한 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 (3) 학자로서 학문을 하는 태도를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하고,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 4. 개발 과정 필자는 2006년부터 의예과에서 <의학사> 수업을 맡기 전에 여러 학교에서 의학사 수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대학시절부터 취미로 의학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군의관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학교에서 한두 시간씩 의학역사 수업을 해 왔고, 두 학교에서는 서양의학사를 주제로 반 학기 정도 수업을 한 경험도 있다. 처음 의학역사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 참고로 했던 책으로는 1990년대에 발행된 것으로 앨러브 라이언즈가 쓴 <세계의학의 역사>, 아커트네히트가 쓴 <세계의학의 역사>, 황상익이 쓴 <재미있는 의학의 역사>, 백영한이 쓴 <의학사 개론> 등이 있었다. 이들 책은 모두 의학의 역사를 시대순에 따라 기술해 놓았으므로 필자도 자연스럽게 시대순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그런데 수업을 할수록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가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어떻게 하면 수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러던 중에 2001년경 작년에 고인이 되신 신좌섭 교수로부터 재컬리 더핀이 쓴 <의학의 역사>책을 함께 번역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원서를 검토하면서 의학역사를 주제별로 구성하여 책을 쓴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갑자기 외국으로 장기연수를 떠나느라 번역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2006년에 번역서가 나옴으로써 마침 의학사 수업을 맡게 된 필자가 새로운 방식의 수업계획표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증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제외한 수업주제는 아래와 같다. (1) 과목소개, 수업진행방법, 역사란 무엇인가? (2) 고대의학, 신화속의 의학 (3) 질병관의 변화와 의학의 발전 (4) 해부학의 역사 (5) 외과의학의 역사 (6) 미생물학의 역사 (7) 역사를 바꾼 전염병 (8) 전쟁의 판도를 바꾼 전염병 (9) 약의 발전 (10) 청진기의 개발과 진단법의 발전 (11) 분자의학 시대의 도래 (12) 노벨 생리의학상 뒤집어 보기 (13) BT와 IT를 중심으로 보는 미래의 의학 이외에 “피를 활용한 의학의 발전”, “암 연구의 패러독스”, “생명체 복제 기술의 발전” 등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가지 수업이 추가되면 기존의 시간표에서 한 가지를 제외해야 했다. 5. 수업진행방법 2006년만 해도 의예과 학생들의 수업집중도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초창기에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주로 강의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중간고사는 1~3명이 조를 이룬 후 각 조가 의학역사에 대한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공부한 후 원고지 약 50매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다. 비슷한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작은 주제를 선정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면 “소화기내과의 발전”보다는 “위 내시경의 발전”에 대한 보고서에 점수를 더 잘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한 것은 작은 주제를 깊이있게 파고드는 것이 개론서 하나 읽고 요약하는 것보다는 학자로서의 소양을 갖추어가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 썼다고 판단되는 보고서를 제출한 학생들은 별도로 약 30분 정도의 토론을 통해 어떻게 작성했는지를 확인하고 (표절과 같은 학습윤리/연구윤리의 위반 문제가 없어서) 한 주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재를 해도 될 정도로 제대로 공부를 했다고 판단되면 학기말시험을 면제해 주고 중간고사 대체보고서만으로 A+를 확정하는 방법으로 평가를 했다. 이렇게 한 것은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을 학기말 필기시험으로 승부를 보기보다 한 가지 작은 주제를 깊이 있게 파들어가는 것이 학자적 소양을 갖추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A+는 10~15%밖에 주지 않았고, 중간고사 대체보고서에서 우수하다고 판단하여 면담을 하는 학생들은 15명(보통 10개 조 이내)이 채 되지 않았으며, 면담 후 제대로 공부했다고 판정한 학생은 대상자의 반 정도였다. 학기말 필기시험은 범위가 워낙 많아서 학생들에게 부담이 컸으므로 공부를 대충 한 다음 평소실력으로 시험을 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랬으므로 학생들 사이에서 중간고사 대체보고서를 잘 써서 일찍 A+를 확정지으려는 경쟁이 일어난 것은 좋은 일이었다. 중간고사 대체보고서를 잘 쓴 학생들이 많아지자 2학기에는 강의시간을 줄이고, 중간고사 대체보고서를 잘 쓴 학생들이 발표하는 시간을 부여하는 식으로 수업진행 방식을 바꾸었다. 발표형식도 자유롭게 하도록 하자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뉴스, 토론 프로그램, 모의 재판, 박물관 견학 등 다양한 형태의 발표 방법이 시도되어 수업을 아주 풍부하게 한 것은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간고사 대체보고서를 잘 쓴 학생들이 발표를 하는 대신 발표계획서를 제출하게 하여 선정된 학생들에게 발표를 하게 하는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발표를 한 학생들과 하지 않은 학생들의 평가시 학생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학기초부터 취지를 설명하고, 점수 배점에 대한 설명을 아주 상세하게 해야 했다. 매년 평가방법이 조금씩 바뀌었으므로 본고에서는 구체적인 방법 소개는 생략하며, 언제든 필자에게 연락주시면 시도해 본 여러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해 드리겠다. 수업주제는 위에 소개한 바와 같지만 중간고사 이후 6~7주는 학생들이 약 30분 정도 발표를 하고, 그에 대한 질문과 토론을 하는 것으로 한 시간을 보내고, 2교시에는 정해진 주제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가미한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다. 강의식 수업중에 질문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알려준 자료를 읽고 오면 대답이 가능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예습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고 멍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질문을 받으면 “모르겠습니다”로 일관하는 학생들이 있는 점은 수업에서 아쉬운 점이다. 6. 수업진행자로서 나누고 싶은 경험 (1) 누가 수업을 맡을 것인가? 의학역사를 전문으로 공부하신 분이 아닌 분에게 어떤 이유에서든 한 시간 수업을 해 달라고 할 경우 시대순으로 교육하는 수업하는 참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주제별로 수업을 구성하는 경우에는 그 주제에 대한 내용을 잘 아시는 교육자가 그 시간만 맡아서 수업을 하면 되므로 수업참여를 유도하기가 쉬워진다. 예를 들면 “해부학의 역사”를 해부학 교수에게, “외과의학의 역사”를 외과 교수에게 의뢰하는 식이다. <의학사> 수업의 대부분은 한 명의 교수가 진행했지만 특정 주제, 예를 들면 “미생물학의 역사”는 미생물학 교수가 진행하기도 하고, “질병관의 변화와 의학의 발전”은 철학공부를 많이 하신 내과 교수가 진행하기도 했다. 주제에 따라 드물게는 관련분야를 잘 아시는 교수 한 분을 초빙하여 필자와 함께 두 교수가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필자의 경험상 두 교수가 참여하여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든. 다른 이야기를 하든 관점에 따라 역사적 해석이나 내용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과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견해를 보여 주기에는 도움이 된다. (2) 어떻게 수업참여도를 높일 것인가?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기 위해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가 항상 고민거리다. 처음 수업을 한 2006년만 해도 최소한 반 이상의 학생들은 뭔가 배우려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갈수록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는 떨어져 요즈음은 특별히 주의를 주지 않으면 교수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수업방식에도 다양한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업시작과 함께 미리 내준 공부를 했는지 점검을 위한 진단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시작되면 강의든 발표든 아예 관심을 끄고 멍하게 있거나 IT를 이용하여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태의 변화라 생각된다. 이왕 수업을 했으니 학생들은 담당 교수가 의도하는 바를 잘 따라서 수업에 따른 효과를 잘 거두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수업집중도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이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공교육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명성있는 한 명의 강사로부터 개인지도받듯이 학습경험을 한 태도가 대학 수업에도 그대로 파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사의 일방적 강의가 아닌, 토론을 유도하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사전에 공부를 하고 와야 한다. 미리 공부할 재료를 나눠주는 건 초기부터 시작했으며,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낮아지는 걸 느낄 무렵부터 수업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IT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수업시작시 미리 내 준 내용을 공부했는지 확인하는 진단평가를 하기도 하고, 수업 둘째시간에 첫째시간에 다룬 내용에 대한 그 날 수업내의 형성평가를 하기도 했다. 또 수업과 관련있는 책을 읽어 오게 한 후 수업시작시 또는 끝날 때 책 내용에 대한 쪽지시험을 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으로 올수록 시험시간만 끝나면 또 주의력이 흩어져 다른 짓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을 느끼고 있다. 수업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의과대학 6년제가 시행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3) 이 과목의 목표와 성과는 충족되고 있는가? 교육자가 의도한 목표에 잘 도달하여 수업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그 수업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자의 입장에서 한 학기가 끝난 후 성적처리를 할 때마다 최근으로 올수록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의학역사에서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떼돈을 번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까?’ 경제적 내용이 포함된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많이 있지만 그 관심이 수업시간내내 지속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과대학에서 <의학사> 수업이 목표와 성과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수자가 최적의 수업방법 개발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과목 소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에 <의사학> 수업이 개설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의과대학이 복구되던 1958년이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임상병리학교실 제1대 주임교수셨던 김중명(金重明) 교수가 본과 1학년에 <의사학> 강좌를 개설하고 운영을 맡았다. 과목내 세부 강의는 고대의학, 중세의학, 르네상스의학으로부터 현대 의학에 이르기까지 연대기순으로 16-17주차까지 진행되었다.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2020년 무렵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은 '2020 교육과정'이 시작되었다. 필자가 경북의대에 임용될 당시, <의사학> 과목은 의학 연대기가 5주차, 6-11주차는 개별 분과 역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자가 수업을 맡은 이후 과목 명칭은 <의학의 역사>로 바꾸었다. <의사학>의 의미가 좀더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교육내용 역시 연대기순이 아닌 주제 순으로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필자가 강좌책임교수를 맡은 후 2-3년에 걸쳐서 연대기가 아닌 의학의 역사 개별 주제 영역으로 5주차 수업을 수정하며 구성하였다. 1주차는 의학 지식의 역사, 2주차는 의사와 치료사의 역사, 3주차는 질병의 역사, 4주차는 의료제도 및 병원의 역사, 5주차는 한국 의학의 역사로 배치하였다. 마지막에는 개별 토론 주제들을 제시, 토론 및 발표를 진행함으로써 개별 주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도록 하였다. 이렇게 2022년에 마련한 주제별 구성이 골격이 되어 현재까지 수업이 이어져 오고 있다. 2. 수업목표 (과목의 취지) 경북의대 의사학 강좌를 개설한 김중명은 1979년 초판으로 출판된 의사학 수업 교재 <의사학 개론>에서 ’현대의학은 과거의 계승이고, 미래에의 전환점이며, 또한 출발점이다(..)현대의학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의사학을 이해하는 길 밖에 없다'라고 기술했다. 그가 밝힌 과목 개설 취지는 오늘날 의사학 과목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의학의 힘을 올곧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학이 필요함을 초기 의학교육자들은 굳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는 경북의대에서 <의사학> 과목이 계속 유지되어 온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의사학>의 취지는 오늘날 <의학의 역사> 수업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의학의 역사>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시대적 흐름과 주제에 따른 역사와 주요한 의학적 사건에 대한 해석과 토의를 통해 현재의 의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의학 지식과 술기, 제도 측면 모두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본 과목의 목표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주제별, 분과별로 의학의 현재와 변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향후 의학의 향배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이 <의학의 역사> 과목의 목표이다. 의학의 현재와 변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함은 현대 의과학기술의 현재 모습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또는 의학 역사 속의 다양한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다. 의학과 의료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으며, 사람, 의사, 환자, 기술, 병원, 보험 등 제도 등이 상호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아 왔음을 이해하는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학습을 통해 현대 의과학기술 역시 다양한 사회적 영향 속에서 변모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의사학적 주제들을 발굴하고 있다. 3. 수업성과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가지게 될 역량) 기본적으로 의학의 각 영역별 변천사를 이해함으로써 학생들은 역사 속의 의학/의료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현대 의과학기술이 다양한 사회적 요소 속에서 구성되어 왔음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전문직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안목, 통찰, 그리고 비판적 겸손함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해당 수업은 의예과 수업이어서 수업을 통해 얻게 된 이해를 전문직 정체성에 통합시키는 것은 무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과 4학년 개설될 과목인 <미래의학>에서 의학에 대한 역사적 안목을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역사적 안목과 전문직 정체성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과목을 설계할 예정이다. 또한 서양의학의 역사로만 현대의학의 모습을 이해한다면 한국에서 의학/의료가 이행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이해를 놓치기 쉽다. 그러므로 서양과 한국 전통사회라는 두 가지 전통이 병존한다는 관점을 취하고 각 영역-의학 지식, 의사, 환자, 질병, 병원 및 제도 전반에서 전통 사회의 요소들도 어떻게 존재하였고 변화하였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이는 현대 의료의 모습을 서양의학의 그것으로만 치환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경시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4. 개발 과정 학습 내용과 주제는 KAMC 영역별 최종학습성과 및 실행학습성과를 참조하였으며 서구의학과 한국 전통의학 간의 관계, 한국 사회의 서구의학 도입 및 수용과정 등의 주요 학습성과 키워드들을 녹여낼 수 있게 하였다. 언급하였듯이 의학 지식, 환자/의료인, 질병, 병원 및 제도의 각 영역에서 의학 지식에서는 각 전통 별로 합리성과 근대성의 요소를 찾을 수 있도록 하였고 환자/의료인 영역에서는 의사집단 정체성 간의 차이, 자율규제 역사의 유무 등을 핵심적으로 짚을 수 있도록 하였다. 질병 영역에서는 문명 간 질병 교류를 살핌으로써 글로벌 차원에서 질병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병원 및 제도 영역에서는 병원과 보험/복지 등의 역사를 살피고 의료제공을 둘러싼 구휼과 복지, 연대 및 보조 등의 양상이 어떻게 등장하였는지를 살폈다. 각 주제별로 핵심적인 쪽지페이퍼 주제들을 개발하였다. 의학 지식 영역에서는 '다음의 의학/의술 상의 발전을 비교해 보십시오.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점에서 발전이 있었습니까? - 히포크라테스의 버드나무 효능 발견 vs 아스피린의 개발/ - 고대 중국, 인도의 인두 vs 제너의 우두', '중국 및 한국고대의학과 서양고대의학 간의 합리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환자/의료인 영역에서는 '동아시아와 서양 의사의 전문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의료제도/병원의 역사 영역에서는 '앞으로도 병원은 기술과 인력, 각종 기기와 병상이 집적된 형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등의 질문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토론 주제를 통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학/의료의 본질, 변화 및 방향을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5. 수업진행방법 매주 2시간 수업이며 의학의 역사 (이재담, 2012), 의학의 역사(재클린 더핀, 2010), 의사학개론 (이원길, 김중명, 2017), 한국의학사(여인석 등, 2018) 등이 부교재이나 주로는 강의슬라이드를 통해 내용을 전달한다. 향후 영역별 의사학 수업에 쓰일 수 있는 교재를 집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수업 진행은 다음과 같다. 주차 수업내용 수업방법 1주차 의사학 서론, 의학 지식의 역사 - 히포크라테스부터 세균론까지 강의 및 미니토론 2주차 의사와 치료사의 역사/환자의 역사 강의 및 미니토론 3주차 질병의 역사: 흑사병부터 코로나19까지 강의 및 미니토론 4주차 의료제도의 역사/병원의 역사 강의 및 미니토론 5주차 한국 의학의 역사 -근대의학 도입과 현대의학에 이르기까지 강의 및 미니토론 6주차 마취과학의 역사/영상의학의 역사 강의 7주차 미생물학의 역사/약리학의 역사 강의 8주차 신경학의 역사/혈액학의 역사 강의 9주차 의료보험의 역사/분자의학의 역사 강의 10주차 경북의대의 역사/미래의학 강의 강의 11-13주차 조별 발표 및 토의, 피드백 주제 토의 각 주별로 쪽지페이퍼 주제를 제시한 후 500자 내로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흥미로운 답변을 뽑아 다음 주차 강의 때 제시하고 피드백을 준다. 이는 해당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이해를 유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쪽지페이퍼 과제 제출물 중 잘 쓴 답변은 학생들의 의학과 의료에 대한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일종의 의학관을 읽을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이를 전면에 다루면서 다양한 의학에 대한 관점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각 주제별로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우선 학생마다 쪽지페이퍼 과제를 각 2개씩 작성하게 하고 이 중 잘 쓴 답변을 골라 해당 주제에 대한 심화 내용의 주제를 중간고사 과제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 병원의 주제에 관해서 작성한 학생에게 '기술과 병상이 집적된 형태가 혁신에 유리한 까닭을 설명하시고, 이것이 의료수요와 맞을지 살펴보십시오'라고 새로운 주제를 교수가 제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짧은 답변에서 심화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중간고사 과제물 주제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마지막 조별 토론 때 조를 배정한다. 공중보건, 보건의료제도, 정치사회, 고령화, 의사-환자 관계 등 다양한 키워드들을 배분하며 이를 역사적 사례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다음의 보건의료제도 중 하나를 골라 현재의 모습이 된 역사적 과정을 국내외 비교하여 살피고 바람직한 방향을 고찰해 보십시오.- 상병 수당/- 장애인 복지제도/- 의료급여제도/- 의약분업제도/- 질병관리사업', '다음의 공중보건 의제 중 하나를 골라 오늘날과 같은 ‘사회적 의제’가 된 역사적 과정과 그에 영향을 주었던 정치적, 사회적 요소를 평가해 보십시오.- 담배의 건강 해악/- HIV/AIDS 유행/- 원자력 발전의 건강 문제' 등의 주제를 제시하였다. 각자의 중간고사 리포트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한 학생들도 있었으나 주제를 소화하기 어려워한 학생 조도 제법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늘날 고민이 필요한 다양한 의료의 주제들이었고, 다소 생소하더라도 새롭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6. 수업 진행자로서 나누고 싶은 경험 <의학의 역사>는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는 110명 규모의 대형 수업이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은 증원을 통해 155명 수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뿐 아니라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를 기획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대형 수업을 통해 의학에 대한 안목이 배양되기를 유도하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다. 소수의 튜터 만으로는 어려움이 크기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쪽지페이퍼와 나선형 주제 심화 등의 방법을 택하였다. 하지만 학생별로 이해 수준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난해 보이며, 시간과 자원 부족의 문제도 크다. 탐바탕학습(Team-Based Learning)이나 실시간 피드백 수업 등을 시도하는 것이 이해 차이를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 한다. <의학의 역사>는 시험과 과제, 의료박물관 답사 리포트, 개인 리포트 등 평가 항목이 많았고 학생들의 불만이 있었다. 중간고사에 필기시험 대신 리포트를 길게 작성함으로써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리포트 작성이 <의학의 역사> 수업에 잘 어울린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또한 마지막 수업 때 <경북의대의 역사>를 한 시간 강의하였는데, 학생으로서의 소속감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2023년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100주년을 계기로 다양한 경북의대 역사를 기념하는 구조물 및 전시관이 탄생하였기 때문에 학습할 수 있는 교보재가 늘어났다. 앞으로 지역사회 의료의 역사, 경북의대의 역사를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늘릴 전망이다.
1. 과목 소개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은 2022년부터 새로운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이전에 “의학사”는 1학년 2학기에 편성되어 있었으나, 2022년 이후에는 5개의 “프로페셔널리즘” 트랙의 하나로 재편성되면서 1학년 1학기로 옮겨왔다.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은 6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예과 1년+본과 5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1. 프로페셔널리즘 트랙 수업시기, 교과목 명, 학점> 수업 시기 프로페셔널리즘 교과목 (5) 학점 1학년 프로페셔널리즘 I (의학사) 2 2학년 프로페셔널리즘 II(생명윤리) 1 3학년 프로페셔널리즘 III (사회적 책무와 의료윤리) 1 4학년 프로페셔널리즘 IV (의료와 사회)프로페셔널리즘 V (의료법규) 11 총 학점 6 <표 1>에서 보듯이 “프로페셔널리즘 I (의학사)”는 총 6학점인 “프로페셔널리즘” 트랙에서 2학점을 배정받아서, 단일 교과목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건양의대는 간호대학, 의과학계열, 의료공과계열, AI∙SW융합대학과 함께 건양대학교 병원이 위치한 대전광역시 메디컬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타 대학교과 달리 의과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 관련 과목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이 교과목은 기본적으로 의학 역사를 수업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여타의 인문사회과학과 연관된 내용도 함께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서, 인문사회과학 교과목의 빈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워 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 교과목은 2학점 총 16주 수업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포함하여 총 32시간을 할애한다. 7명의 고정 교수진이 참여하면서 각각 2-8시간씩을 담당하고 있다. 전근대 한국의학사 시간에는 이 분야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청하여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참여 교수는 외부 강사를 포함할 경우 총 8명이다. 분야별로는 의료인문학에서 2명, 기초의학에서 4명, 임상의학에서 1명, 경우에 따라 외부 강사진 1명이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교수진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 명이 진행하는 수업과 다른 장점과 아울러 다소 아쉬운 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으로는, 1-2명을 제외하고 모두 비 역사 전공자인 교수진이 자신의 연구 분야와 연관 지어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의학 역사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학습자들에게 역사 접근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앞으로 배울 기초나 임상 의학과 연관 지어 의학 역사를 접할 수게 한다. 다소 아쉬운 점은 여러 명이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수업 진행 방식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따로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과, 하나의 통일된 역사관이나 세계관을 가지고 의학 역사를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2020년 이후 이 교수진 구성으로 수업을 운영한 결과, 학생들은 여러 교수진의 참여가 주는 다양함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2. 수업목표 이 교과목은 7개의 “대학 핵심 역량”인 “자기관리 역량, 리더십 역량, 의사소통 역량, 창의적문제해결 역량, 자원활용 역량, 글로벌역량, 의학의 과학적 이해와 탐구능력” 중 “글로벌 역량”에 중점을 두고, “리더십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을 함께 함양하도록 고안되었다. 4개의 “전공 특성화 역량”인 “의사소통과 협력, 의학전문직업성, 자기주도 평생학습능력, 진로역량” 중에서는 “의사소통과 협력, 의학전문직업성, 자기주도 평생학습능력”의 함양을 목표로 한다. 시기별 학습 성과는 “Phase I” 단계로, “바람직한 의사상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인생 로드맵을 작성”하는데 두고 있다. 이 교과목을 통해서 의과대학 재학 시절에 달성했으면 하는 단기적 목표는 의학전문직업 정체성을 성찰하고 습득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세계사적 맥락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교과목 전반부는 서양의학을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고찰하면서, 그 시대를 특징 지을 수 있는 주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후반부에서는 한국의학 역사 중에서 서양의학이 소개되기 시작한 근대 시기와 해방 이후한국 역사 속에서 의사직의 성장 과정 및 배경을 이해하고 앞으로 자신들이 활동하게 될 21세기의 의사의 역할과 정치 및 사회 문화적 위치에 대해서 성찰하도록 기획했다. 의료서비스를 매개로 만나는 의사와 환자, 의료서비스 대상이 되는 환자와 이를 제공하는 의료진 사이의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는 과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동반하는 하나의 연관된 작용이기 때문에, 의학의 과학적, 기술적 변화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 또한, 의학사에서는 의료를 다면적으로 조망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의학지식이나 의료와 관련된 어떤 연구 과제나 임상 상황이나 사회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포괄적으로 주변 제반 상황까지 고려하여 넓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궁극적으로 의학사 수업을 통하여 의학전문직의 형성을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살펴보면서, “의학전문직의 시대성”을 자각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지도자로서 역할을 생각해 볼 기회를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인문학 교육이 단기적으로 그 효과를 이룩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교과목을 기획하면서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성과이다. 이 교과목의 장기적 목표는 학습자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료인으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면서, 대학 강의실 밖에서도 이 교과 과정에 논의했던 이슈나 쟁점을 회상하고, 미약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역사에 관심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실 솔직하게 의학사 한 교과목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성도 있다. 그러나, 다른 의료인문학 교과목과 함께 의학사 교과목이 자신을 세계와 한국 사회의 큰 역사 흐름 속의 구성원으로서 인식하고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관심과 시각을 획득하고 회복했으면 하는 바램은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3. 수업성과 수업 성과는 “지식, 술기, 태도” 측면에서 제시하였다. <지식> (1) 의학과 의료의 발전에 관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2) 질병사와 감염병사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고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3) 서양의학사 및 의료사의 큰 전환기를 설명할 수 있다.(4) 한국의학사 및 의료사의 큰 전환기를 설명할 수 있다.(5) 의학과 의료의 발전을 통해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6) 현대 한국사회에서 의료인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 <술기> (1) 자료를 취사선택하고, 체계적, 논리적으로 분류 및 분석할 수 있다.(2) 이해한 내용을 적절한 방법(구두발표, 글쓰기 등)을 통해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다. <태도>(1) 자기 주도적으로 주어진 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2) 역사 속 의학 발전과 의학교육과정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시의적절한 판단과 행동기준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3) 민주적인 태도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의 의견의 ‘옳고 그름’ 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4. 개발 과정 의학사 교과목이 현재와 같은 구성 및 구조로 정착된 것은 2020년이었다. 이후 매년 전체 참여 교수진이 “학기 시작 전 사전 회의”와 “학기 말 사후 회의”를 하면서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여 조금씩 변형시켜왔다. 이 과목 개발 및 운영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및 교수자 간의 긴밀한 소통을 핵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학년 대표나 부대표만의 의견만이 아닌 개별적인 학생들의 소리를 수합하기 위해 의과대학이나 대학 본부에서 진행하는 수업 평가 이외에 이 교과목의 수업 방식과 내용에 특화된 익명의 “수업 전 설문”과 “수업 후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수업 전 설문”은 수업 첫 주 주말까지 구글 양식을 통해 진행한다. 설문에서는 학생들의 인문학 수업에 대한 이해도와 수업에 대한 학생의 기대도, 제안하고 싶거나 우려되는 점, 각 수업 주제에 관한 관심도 등을 묻고 있다. 설문 결과는 모든 교수진에게 공유되는데, 학생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와 수업에 대한 기대 및 생각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두 번째 주에 설문 결과 중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을 전달하면서, 모든 교수자들이 학생들의 제안과 우려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기회가 허락하는 한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수용 하려함을 보여 준다.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교과목을 대하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교수자와 학생 간의 간격을 좁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수업 후 설문”은 기말고사가 있는 마지막 주에 진행한다. 설문에서는 각 수업 주제에 대한 이해도, 수업 운영 방식에 대한 만족도, 과제 및 평가 방법,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총평과 자신만의 공부 노하우 등을 묻고 있다. 처음 “수업 후 설문”을 학생들에게 제시했을 때 우려했던 바와 달리—학생들은 귀찮을 법도 하건만—공식적인 수업평가에서 보다 매우 솔직하고 자세하게 수업을 평가하고 향후 수업에 대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 설문 결과는 참여 교수진들과 “학기 말 사후 회의”를 하면서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는데 매우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수업 운영의 기본 뼈대는 전통적인 강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총 7-8명의 교수자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각 교수자의 자체 수업 운영 방식에 따라 “하이브리드 운영”을 하고 있다. 즉 교수자 본인이 참여하는 수업 내용 전달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선택적으로 학생 발표와 학생 참여 수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교과목의 “하이브리드 운영”의 예는 “2인 1조 학생 주제 발표”와 토론 중심의 “최신의학이슈” 수업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2인 1조 학생 주제 발표”는 학생의 능동적인 참여를 위해 학생들이 직접 특정 주제에 대해서 조사하여 발표하도록 기획되었다. 현재 학생 발표 세션은 참여 교수자 3명이 총 6회 활용하고 있다. 발표 주제는 학생 발표 수업을 희망하는 교수자가 각각 4-5개의 주제를 제시하고, 총 30개의 주제를 선정한다. 학생들은 2인 1조를 이루어서 주제를 선택할 수 있다. 30개의 주제는 범위가 다양하다. 즉 교수자의 수업 내용과 직접 관련된 내용도 있고, 내용을 과거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현재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주제도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취사선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주어진 주제에 대한 발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제에 따라서 특정 영화, 책, 연구 논문, 웹사이트 등을 활용해야 할 경우가 있다. 발표자는 발표 자료에서 활용한 자료(책, 연구논문, 영화, 웹사이트 등)를 “참고문헌”에 포함하도록 요구받는다. 학생들은 5분 이내의 발표 자료와 동영상을 함께 제작하여 제출하고, 수업시간에 직접 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동영상 자료는 교수자의 수업 자료와 함께 온라인상에 공개하여, 학생들이 추후에도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 동영상 자료 제출은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비대면 수업에서 활용하던 방법이었는데, 대면수업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계속 활용하였다. 현재 동영상 제작이 “이중 발표 준비”라는 일부 학생과 교수진의 의견을 반영하여, 2023년부터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발표 내용을 미리 숙지할 기회가 있다는 점과, 발표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내용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기회가 되면 다시 과제에 포함하길 희망한다. 교과목 전반부는 주로 서양의학의 핵심 주제들을 시대별로, 후반부는 한국의학사와 현대와 연관이 있는 의료 관련 주제별로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의학사 중 해방 이후 한국 의과대학의 역사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의 역사 및 비전 등을 다루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관한 계획과 전망을 해 볼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임상 분야에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한국 흉부외과의 역사를 논의하고, 과거와 현재의 의학 교육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현재 의료 현장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최신의학이슈” 수업은 학생들이 학기 중간에 논의하고 싶은 주제를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추천하고, 이 중 선택된 주제를 가지고 토론 위주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교수자가 해당 주제에 관해 제시한 짧은 자료를 수업 전에 읽고, 그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포지션 페이퍼”를 제출한다. 토론은 “포지션 페이퍼”의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형성평가는 1학기에 2번 수업 내용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서 2-3개의 퀴즈를 학교 학습관리시스템인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에서 푸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형성평가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형성평가 참여 여부를 체크하여 성적에 반영하고 있다. 지필평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진행하고 있는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이후, ‘컴퓨터바탕평가(Computer Based Testing, CBT)’를 하고 있다. 손글씨를 쓰는 것보다 키보드 자판에서 타자를 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CBT는 상당히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5. 수업진행자로서 나누고 싶은 경험 이 교과목 운영에서 있어 기획자로서 세 가지 만족하는 점이 있다. 첫째, “기초-임상-의료인문학” 교수진이 모두 골고루 참여하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한 교과목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교과목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교수진의 참여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둘째, 의학사 수업에 참여하는 교수자들에게도 이 교과목 참여가 의료인문학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목 참여 교수자들은 자신의 전공 외에 여가 시간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역사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매학기마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새롭게 수업 내용을 개편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본부 수업평가와 “수업 후 설문” 조사에서, 학생들이 이 교과목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어, 참여 교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 발표는 2인 1조로 준비하기 때문에, 4-7인이 함께하는 소규모 조별 활동보다 더 긴밀한 협조를 통해 1인당 참여도가 높다는 점이다. 또한,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관해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연구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앞으로도 그 관련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교과목을 운영에 있어 다소 아쉬운 점 역시 있음을 고백한다. 첫째, 학생 발표 주제 선택에 있어 학생 자율적으로 선택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처음 기획에서는 총 30여개의 주제 중 자율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게 하려 했으나, 실제로 특정 주제에 많은 학생들이 몰릴 것에 대비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생대표와 부대표가 일괄적으로 학번 순서대로 주제를 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수업 전체에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방식을 도입하여, 수업 시간을 강의보다는 보다 많은 토론의 장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것이다. 새로운 수업 운영 체제의 도입은 참여 교수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학생 평가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세세한 정보를 확인하는 오지선다형, 짧은 단답형이나 서술형이 주를 이룬다. 앞으로 점차 에세이식 평가 유형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의학 역사의 큰 주제 및 흐름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넷째, 코로나19 이전에는 근처 의학박물관 관람을 수업의 일부로 운영해 왔으나, 코로나19 이후 여러가지 사정상 아직 다시 실지하지 못하고 있다. 추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의학 역사 관련 탐방을 수업의 일환으로 추가했으면 한다. 이상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에서 지난 몇 년간 교육 상황에 맞게 변화를 거쳐 운영되고 있는 “프로페셔널리즘 I(의사학)” 수업에 관한 소개이다. 앞으로도 이 교과목은 기본 운영 구조를 유지하면서, 수강 학생 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하여 교수자와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1. 과목 소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의료인문학 교육인 ‘옴니버스 교육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의예과 1학년과 의예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전인적 이해를 목표로, 의료와 문학, 정치와 경제, 사회학, 사유와 이성, 생명과 윤리,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 등의 16개 과목이 운영된다. 다음으로 의학과 1학년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전인의료의 이해를 목표로, 의료와 사회, 의료와 인간 등의 7개 과정이 운영된다. 과목 형식으로 운영되는 의예과 옴니버스 교육과 달리, 의학과 옴니버스 교육은 1주 간의 블록 형태로 운영된다. 마지막으로 의학과 3학년과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의료전문직업성의 함양을 목표로 의료전문직업성의 기초, 의료현장의 리더십, 의료윤리와 연구윤리 등의 6개 과정이 운영된다. 졸업 학년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과정에서는 개인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의예과 옴니버스 교육 과정은 모두 16개 과정으로 구성되며, 교육 시간은 총 472시간, 교육 학점은 총 29학점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의학과 옴니버스 교육 과정은 모두 13개 과정으로 구성되며, 교육 시간은 총 290시간, 교육 학점은 총 15.5학점이다. 의학사는 이 가운데 첫 번째 과정에 포함되어 운영된다. 대상은 의예과 2학년 학생이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각각 2시간, 총 15번 강의가 진행된다. 이는 5월 중순에 모든 수업을 마치고, 5월 하순부터 개인 연구 및 사회 체험 등을 시행하는 ‘자유 쿼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체 의학사 교육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월요일에 진행되는 강의에서는 7번(14시간)에 걸쳐 서양의학사를 다루며, 수요일에 진행되는 강의에서는 한국의학사를 5번(10시간) 교육하고, 마지막으로 가톨릭 의료사를 1번(2시간) 교육한다. 나머지 2번의 수업은 평가에 할당된다. 교육은 서로 다른 전공의 네 명이 나누어 진행한다. 선사 시대부터 중세까지 서양의학사는 안과학 전공으로 인문사회의학과에 재직 중인 김영훈 교수, 서양의학사의 르네상스 시기는 중세철학을 전공한 정현석 교수, 근현대 서양의학사와 한국의학사는 한국 현대의료사를 전공한 필자가, 마지막으로 가톨릭 의료사는 영성신학을 전공한 김평만 교수가 맡는다. 2. 수업 목표 의학사 수업의 목표는 의학의 지난날을 살펴봄으로써, 의료의 본질을 성찰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수강생은 의료가 단순한 지식 체계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효과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의료를 사회와 유리된 지식 체계와 실행으로 보는 시각을 지양하고, 의료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것이 의료가 사회의 어느 한두 가지 층위에서 결정되는 종속적인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업에서 의료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중층적으로 결정되는 효과로 다루어진다. 3. 수업 성과 의학사 수업의 학습 성과는 다음과 같다. (1) 의료의 역사적 변천을 설명할 수 있다.(2) 의료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 등이 중층적으로 결합한 효과임을 설명할 수 있다.(3) 의료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4. 개발 과정 의학사 교육을 시행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시기별 교육을 시행한다. 먼저 서양의학사는 크게 여섯 시기로 나누어 교육한다. 1주차에는 선사 시대를 다루고, 2주차에는 고대 그리스 및 로마를 교육한다. 중세는 3주차와 4주차에 걸쳐 진행하며, 5주차에는 르네상스를 다룬다. 6주차에는 근대를, 7주차에는 현대를 교육한다. 한국의학사는 다섯 시기로 구성한다. 1주차에는 서양의학 도입과 근대국가 건설을, 2주차에는 근대국가와 한의학을 다룬다. 3주차에서는 제국주의 국가와 의학을, 4주차에서는 국가 재건과 의학을 교육한다. 5주차에는 산업화 국가와 의학을 다룬다. 의학사 전체 과정의 마지막 주에는 가톨릭 의료사를 다루며, 시대에 따른 가톨릭 의료의 변화를 살펴본다. 교육 설계 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 지점을 고민했다. 첫 번째는 한국의학사의 범위이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의학사를 교육할 경우, 전근대와 근현대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그러나 의과대학에서는 전근대 한국의학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근현대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학생들이 전근대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쉬운 한의학이 근현대에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2주차 전체를 근대국가와 한의학의 변용 문제에 할애했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이 한의학을 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의도했다. 두 번째는 한국의학사와 서양의학사의 연계성이다. 근현대 한국의학사는 동시대 서양의학사와 긴밀하게 교차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수업에 반영하기 위해 근현대 서양의학사와 한국의학사 강의를 필자가 총괄하고, 일곱 번의 수업을 상호 유기적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근대와 현대의 보편적 시대상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국 의료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물론 이것이 서양의료사를 하나의 보편으로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에서 서양의 경험은 오히려 한 지방의 지역적이고 독특한 역사적 경험으로 다루어진다. 세 번째는 다른 수업과의 수직적 통합이다. 의예과 및 의학과 옴니버스 과정에서는 역사와 관련된 수업이 다수 진행된다. 대표적으로 의예과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자 리더십’ 인물탐구 과정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 웹진에서 소개한 바 있다(https://www.ksmed.or.kr/html/?pmode=webzine&smode=viewDetail&par=7&seq=1348). 또한 의학과 옴니버스 과정에서도 다양한 블록 과정을 통해, 해부학의 역사, 의료화 개념의 사회사, 환자 안전의 역사 등을 다룬다. 의료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임을 강조하는 의학사 강의는 이들 수업을 되새기고 준비하는 계기가 된다. 다시 말해, 의학사 수업을 통해 수강생은 의예과 1학년 때의 인물사 수업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고, 향후 진행될 다양한 주제의 역사 강의에 대비할 수 있다. 5. 수업 진행 수업은 현재 강의식으로 진행되며,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 다만 강의식 수업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의학사 수업에 할당된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생이 역사학의 기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 지식에 해당하는 내용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 많은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강의식 수업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강의식 수업에는 수강생의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따른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별도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중간중간 퀴즈를 시행하거나, 영화와 다큐멘터리 같은 교보재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아예 다른 방식, 이를테면 소그룹 교육이나 개인 연구 지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학생 선택 수업과 학생 참여 연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학생 참여 연구는 교수가 연구 참여 공고를 내면 여러 학년의 학생들이 교수의 연구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학생 선택 수업은 교수가 특정 주제의 수업을 개설하면, 의학과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이 관심 있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방식이다. 선택에 따른 수강이기에 집중도가 높고, 5명 내외의 소규모로 진행하므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교육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러한 제도를 통해 의학사를 포함한 과학학 일반에 대한 소그룹 교육을 시행한 바 있으며, 다음 학기에는 의예과 2학년 학생과 함께 개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부 학생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규모 수업이나 연구는 어디까지나 대규모 강의의 보완책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이다. 6. 수업 진행자로서 나누고 싶은 경험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다양한 일이 발생했다.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이 중단된 것이다. 수업이 동영상 강의로 대체되었고, 그러한 탓에 수업 중이나 이후에 진행되는 질의응답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카오톡 익명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고, 특정 요일과 시간 동안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익명을 유지한 것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채팅방에 참여해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으며, 때로는 질의응답만으로 한 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강의가 늦게 끝난다거나,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질문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시기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통로를 통해 익명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강의를 개편할 계획이다. 주제별 구성과 시기별 구성을 결합하고, 서양의학사와 한국의학사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주제별 구성과 시기별 구성은 상충할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정한 주제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룰 수도 있고, 각 시대를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교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편이 완료되고 일정 수준의 경험이 축적되면, 이 웹진을 통해 다시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1. 과목 개요 연세의대에서는 그간 의학사 교육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의학사’란 명칭이 교과목명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에 따라 독립된 과목으로 교육되는 경우도 있었고, 큰 과목의 일부로 운영되기도 했지만 여러 차례의 대대적인 교과과정 개편의 과정에서도 의학사가 지속적으로 교육될 수 있었음은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의학사는 주로 의예과 1학년이나 2학년에 개설되었으며, 현재는 의예과 1학년에 개설되어 있다. 다만 의학사와 관련된 심화된 주제의 과목은 본과 2학년과 3학년에 선택과목으로 개설하며 그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의학사 교육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어느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현재는 연세의대만이 아니라 많은 의과대학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주로 의예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 수업목표 의학사 교육이 주로 의예과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수업의 목표도 원하건 그렇지 않건 이러한 상황에 맞춰 설정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필자의 경우 의학사 수업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설정하였다. 첫번째는 의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 의학이 어떤 학문인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의학이라는 학문의 역사를 통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람이건 사회건 혹은 학문이건 어떤 대상의 정체성은 그 대상이 형성된, 혹은 경험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만큼 의학이라는 학문의 정체성은 그 학문의 역사를 알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번째는 의학적 지식의 상대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과거 의학에서 이루어졌던 치료법이나 질병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틀리거나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현재 우리가 배우는 의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지금 학생들이 배우는 의학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최선의 것이지만 백 년 혹은 이백 년 후 우리의 후손들이 본다면 우리가 과거의 의학을 보듯이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현재의 지식을 고집하지 않고 열린 태도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연결된 것이기도 하지만 기관의 역사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수용과 함께 시작된 기관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현재까지 이 기관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선배들의 노력과 지속을 가능하게 했던 정신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좁은 의미에서 자신이 속한 기관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한편, 그를 통해 의료인으로 가져야 할 보편적인 가치를 보다 구체적이고 비근한 역사를 통해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평가 다음으로 의학사 교육의 성과를 어떻게 파악하며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물론 단순히 지식적인 차원에서 역사적으로 어떤 의학적 발전과 사건이 있었는가를 평가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의학사 교육의 목적이 그러한 단편적 지식 습득에 있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다른 한편에서는 의학교육학에서 유행하는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 억지로 그 틀에 맞추려는 시도도 있지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의학사 교육의 성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의학사 교육의 일차적 목표는 위에서 설정한 교육의 목표를 학생들이 학습 과정 중 인지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그 씨앗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이후 의사 생활 어느 시점에서 혹은 그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발아하여 좋은 의사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의학사 교육자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4. 수업 방법 의학사 수업의 진행은 강의가 중심이 된다. 학생들이 조를 짜서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내용 발표를 하는 방식도 부분적으로 채택했으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교수자의 역량 부족일 수도 있고, 또 연세의대의 경우 한 학년에 백 명이 넘는 많은 학생들이 있어 현실적으로 강의 이외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점도 있다. 최근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의대 정원이 대폭 증원되어 대부분의 의과대학의 정원이 백 명을 넘고 많은 경우는 이백 명에 육박하는 경우까지도 예상된다. 다른 과목에서도 이들 많아진 학생들에 대한 교육 방식에 고민이 많을 것이고, 의학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교수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강의의 단조로움을 상쇄하기 위해 답사과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학사에 접근하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시도했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서울 시내에 있는 의학사 관련 유적지 목록을 제공하고, 그 가운데 세 곳 정도를 방문하여 사진과 함께 간단한 감상문을 제출하게 하고 있다.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며 강의실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경험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상적으로는 교수자가 함께 답사하며 역사적 내용과 의의를 설명하는 것이 좋지만, 시간 제약과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움직여야 하므로 현실적으로는 실행이 어렵다. 대신 본과 2, 3학년에서 선택과목으로 ‘의학사 유적답사’ 과목을 개설했고, 수강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했다. 이 경우 수강 학생이 소수인 만큼 교수자가 직접 학생들과 함께 교내의 의학박물관에서 시작하여 서울 시내 곳곳의 의학 관련 유적지를 방문하여 해당 유적과 관련된 역사적 의의를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학교를 떠나 외부에 나가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와 즐거움이 큰데 이는 교육과 학습에서 아주 큰 긍정적 요인으로 생각된다. 또 소수의 학생들이 참여하므로 학생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도 되어 학생과 교수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5. 마무리 이상으로 그간 연세의대에서 이루어진 의학사 교육의 경험을 서술하였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단독 과목으로서 의학사 교육 경험에 한정되어 있다. 추후에는 다른 과목들과 결합된 형태의 의학사 교육에 대한 요구도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그에 대한 구체적 교육방법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의학사 교수자로서 느끼는 고민과 문제의식은 비슷하리라 생각되지만, 각 교수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고민과 교육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서로 공유됨으로써 더욱 알찬 의학사 교육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1. 그림 소개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e Gericault), 메두사호의 뗏목(The Raft of Medusa, 1818-19)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은 1816년 7월 2일 난파된 프랑스의 프리깃함 ‘메두사호’와 관련되어 발생한 실제 사건을 재현하였다. 1816년 6월, 프랑스는 영국으로부터 식민지를 돌려받기 위해 아프리카 세네갈로 4척으로 구성된 원정함대를 파견했다. 지휘함인 ‘메두사호’에는 총독 가족과 함께 육군 사병, 수병, 선원, 식민지 개발 정찰대 등 400여 명이 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배가 난파된다. 그림 1. 메두사호의 실제 뗏목 (출처; Wikipedia) 총독 가족, 선장, 장교, 수병, 선원, 일부 승객 등 230여 명은 여섯 개의 구명보트를 타고 대피하였으나, 구명보트가 충분하지 않아 나머지 152명의 육군 장교, 사병, 선원, 승객 등은 좌초한 범선의 돛대와 갑판 등을 잘라 급조된 뗏목(그림 1)에 올라탔다. 원래 계획은 뗏목을 구명보트와 밧줄로 매달아 육지까지 끌고 가려 했으나, 구명보트에 타고 있던 누군가가 뗏목과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고 만다. 결국 뗏목에 있던 152명은 망망대해에 버려졌는데, 당시 그들에게 준비되었던 식량이라곤 몇 통의 물, 포도주, 비스킷뿐이었다. 이후 그들 중 일부는 파도에 쓸려 바다로 사라졌고, 식량 및 물 부족에 의한 극심한 기아와 탈수, 지독한 추위와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상황이 점점 극으로 치달으면서 내부 반란과 폭동 그리고 (글로 옮기기 어려운) 광기가 표출되면서 죽음이 속출한다. 다행히 난파된 지 13일 후 원정함대의 ‘아르귀스호’에 구조되었는데, 그때까지 생존한 사람은 겨우 15명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구조 후 5명이 추가로 사망하여, 최종 생존자는 단 열 명이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였으나, 뗏목에서 살아남았던 두 명의 생존자에 의하여 신문 및 책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의 전모가 폭로된다. 그림 1. 『메두사호의 뗏목』 부분 그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된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을 완성하여 사건의 참혹한 진상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은 두 개의 삼각형 구도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왼쪽의 삼각형 구도에는 돛대를 중심으로 절망, 포기, 비탄, 죽음의 사람들이 배치되었고, 오른쪽 삼각형 구도에는 지평선 위 조그만 점 같은 구조 범선을 향해 온 힘을 다하여 옷을 흔들어 대는 흑인 소년 중심으로 희망, 환희, 감동, 생(生)의 사람들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두 삼각형 구도 사이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마침내 구조선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을 언론지에 알렸던 군의관이다. 당시 프랑스는 워털루에서 패전한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왕정복고 시대를 맞이하였으며, 루이 18세 정부는 왕당파 일원들에게 일종의 정치적 보상을 쏟아 냈다. 그런 과정 중 원정대의 프리깃함 ‘메두사호’ 선장도 왕당파의 일원이었던 쇼마레 자작(Viscount Hugues Duroy de Chaumereys)이 임명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는 과거 시민 혁명 이후 현직에서 물러난 ‘낙하산 선장’으로, 파도와 포탄이 난무하는 바다에서 자신과 부하들의 생존을 위하여 며칠씩 뜬눈으로 지새우고 고민해 본 경험이 지난 20년 동안 없었던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오랫동안 현장경험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non-expert)를 막중한 프로젝트의 최고책임자로 선임한 것이다. 그림 2. 메두사호 조난 당시의 상황 [1] 원정함대의 총지휘관은 통상적으로 휘하의 배 3척과 보조를 맞추면서 항해해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았고, 선박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아르갱 모래톱 근처에서도 항해 규범의 위치 측정 및 항진 방향 조절 등을 게을리하여, 종국에는 ‘메두사호’가 좌초된다 (그림 2). 또한 안전장치도 없이 급조된 뗏목에 수많은 사람을 태우는 바람에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망망대해로 보내 끔찍한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메두사호의 선장은 4척의 배로 이루어진 세네갈 원정대의 총지휘관, 즉, 리더(leader)였다. 그 당시 총지휘관의 배에는 지난 수십 년간 나폴레옹 함대에 소속되어 해상 전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experts)인 베테랑 장교들이 동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장은 전문가의 고언에 귀를 닫고 의견을 무시하였다. 쇼마레 선장은 자신의 방식으로 세네갈 원정함대 지휘함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고 또한 속칭 나름 출세하였기에, 자신의 판단과 방식을 고집하였다. 그 원정대에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의 전 재산과 온 인생을 걸고 많은 사람이 동승하였다. 하지만 당시 리더였던 메두사호 선장의 아만이즘으로 그 사람들의 꿈과 재산은 물론 140 여명의 귀중한 생명까지도 송두리째 앗아갔다. 2. 그림의 배경에 대한 소견 그림 3. 아만이즘(amanism) 미숙했던 개인이 정규 및 비정규 과정의 배움을 통하여 능력을 쌓아 전문 분야에서 인정받고 또한 세상에서 살아갈 탄탄한 역량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능력과 역량의 도움으로 오욕(五慾)이 충족되고, 특히 재력, 명예(권력), 지력(知力) 등을 풍성하게 갖추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야누스(Janus)적인 나’가 형성된다. 그 ‘야누스적인 나’는 한편에서는 풍성한 성취에 따른 커다란 만족과 큰 기쁨을 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본인 방식으로의 성공이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쌓이면서,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옳다!”, ”내가 최고다!”라는 아만이즘(그림 3)을 형성한다. 아만이즘은 당사자의 귀를 막아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시야를 좁게 만들어 타인의 창의적 의견과 아이디어를 보지 못하게 가리고,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고착화되면서 기쁨을 주었던 ‘야누스적 나’는 도리어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종국에는 본인을 곤경에 빠뜨린다. 어떤 사안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권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만이즘에 휩싸이면, 본인의 식견과 다른 사람 (특히, 후배)의 새롭고 창의적 생각과 의견을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해버린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그러한 의견을 제시한 사람의 기회와 성장을 의도적으로 막아버리거나, 극한 경우에는 외부적으로는 공식적 절차를 밟아 관련 단체나 조직에서 축출시켜 버린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일반 직장 및 조직은 물론이고 객관적이고 이성적 잣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과학계, 자유롭고 창의적 발상이 존중되어야 할 예술계의 역사에서조차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와 같은 사람들 중에는 해당 분야에서 출중한 업적을 이루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가大家들도 적지 않다. 그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밧세바 신드롬(Bathsheba syndrome)’ [2] 에서 보여주듯이 자신이 모든 상황(재원, 인력, 정보 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에 도취되어 현실감을 잃고, 본인은 절대적 지도자이기 때문에 일반적 윤리 기준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오만과 도덕적 인지 부조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종국에는 자기중심적 유혹과 도덕적 타락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의 몰락은 물론 리더의 힘과 영향력에 압도된 상대방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아만이즘은 오랜 기간에 걸려 습관화되고 고착화되어, 본인이 아만이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본인이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하여 본인은 나름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본인이 속한 조직(단체)의 구성원은 물론 매일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배우자 및 가족에게 부정적 감정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조직(단체)이나 가정에서 구성원 혹은 가족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으며, 심한 경우에는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에 연관된 사건에서 보여주듯이 본인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의 소중한 꿈과 재산은 물론이고 귀한 생명까지도 손상시킨다. 3. 이 그림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1) 의사가 아만이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병원조직은 다섯 직군(의사, 간호사, 진료지원, 행정, 기능직)으로 대분되며, 병원전체 조직에 나비효과를 지닌 군은 의사직군이다(참고자료 1). 의사는 개업을 하든,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근무하든 의료조직의 특성상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된다. 리더로서의 의사는 환자 진료 및 의학 발전의 책임과 함께 조직(의원, 병원) 발전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는다. 그런데 필자 자신이나 일부 의사 동료들을 관찰해 보았을 때 (필자의 경우는 병원보직을 맡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 및 의학 발전에 대한 책임에만 관심이 많았지, 조직(병원) 발전에 대한 책임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극히 적었다. 즉, 병원조직에서의 리더에 대한 자각, 관심 및 이해가 적었고,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연계적으로 리더에 대한 준비가 턱도 없이 부족하다. 10여년 전 청년의사에서 주최하여 매년 개최되는 HiPex [3] 에 참가를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참석자 참여형태의 토론주제가 ‘병원혁신을 가로 막는 4대 걸림돌’이었는데, 참석자 중 한 명이 ‘의사들의 참여부족’을 제기하였을 때, 전국의 여러 병원에서 참석한 다른 직군의 참석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00% 절대 공감의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였다. 다른 병원에서도 의사직군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그 자리가 바늘방석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병원은 환자 진료와 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직장이나 기업처럼 전체 직원의 경제적 생활 기반이며 삶 및 전문가의 보람을 체감하는 터전이다. 따라서 (직원수에 식구를 곱한) 전체 직원 가족의 탄탄한 삶을 위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월급(임금)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또한 물가 인상에 맞추어 매년 올려 지급해야 한다. 또한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신의 의료 장비를 매년 새로이 구매하고 병원 관련 시설들도 새롭게 보강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매출의 꾸준한 성장과 함께 포지티브 의료이익을 위한 병영 경영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의사직군이 유념할 사실은 병원 조직은 (매우 특이하게도) 병원장 및 주요 보직자를 전문 경영인이 아닌 의사직군이 맡게 된다는 점이다. 마치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에 관련된 원정함대의 총책임자처럼, 의사직군 중 누군가는 언젠가 작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병원 직원 및 가족에게 안정적 직장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직원들의 꿈과 보람을 키우고 가시화시킬 책임을 부여받게 된다. 경영 성공을 위한 리더십의 핵심은 구성원의 자발적 협조와 추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참고자료 2). 그리 되려면 직원들 즉, 사람들과의 공감과 소통이 중요한데, 언론을 통해서 간간히 보고되는 의사직군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일례로 10여년 전 순천향대학 부속 병원 간호사(449명)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중 ‘싫어하는 의사’에 대한 내용이다. 결과는 감정기복이 심한 의사(48.7%), 불성실하고 교감 못하는 의사(17.3%), 권위주의적인 명령조의 의사(10.5%), 그리고 기타로 반말하는 의사, 간호사를 무시하는 의사, 불친절한 의사 등이었다 [4]. 성공 경영을 위한 직원들의 자발적 협조와 추종을 위한 공감, 소통과는 괴리가 큰 결과였다. (2) 의사가 아만이즘에 빠지기 쉬운 배경 오랫동안 성공만을 경험한 경우에 “(본인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중략)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중략) 오만하게 만든다(참고자료 3)”의 아만이즘 씨앗이 심어진다. 의사직군이 병원이나 가정에서 여러가지 원만하지 못한 상황을 초래하는 아만이즘에 상대적으로 쉽게 빠지게 되는 이유는 아래와 같이 추정된다. 첫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과대학에 입학하려면, 수능기준 고등학교 성적도 전국 최상위권의 성적이어야 가능하다. 이는 많은 경우에 이르면 중학교 때부터 출중한 성적으로 본인이 속한 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냄을 의미한다. 그 학생은 학교에는 물론 집에서도 우대받는 존재로 떠받들듯이 키워진다. 필수로 참여해야 할 집안 공식 행사에 빠져도 되고, 오직 자신의 성적을 위하여 매진할 수 있게끔 가정 및 학교에서 배려해준다. 의과대학 입학 후에는 장차 의사될 재목이라는 암묵적 동의 하에 계속하여 학교 및 가정에서 소중하게 대우받으며 여러 혜택이 지원된다. 이후 의사 면허 취득 후에도 진료 현장 및 조직에서도 우대되고 받들어 지는 생활이 계속 이어진다. 다소 오래된 기사이지만 ‘심층취재: 몰락하는 의사들’ [5] 의 제목으로 의사들의 자살을 다루었다. 내용 중 의사의 아만이즘 배양 환경과 후유증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는데, 현재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측된다; 의사들은 살면서 위기관리에 대해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잖아요. 의대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주변에서 대우만 받아요. 세상 사람들로부터 한 번도 멸시당하거나 내몰려본 적이 없어요. 남자가 전문의 따고 군대 갔다 오면 30대 초반이 됩니다. 전문의 딸 때까지의 생활을 생각해보세요. 새벽부터 한밤 중까지 병원에서만 살았을 거예요. 오로지 병과 환자만 봤지 사회의 톱니바퀴를 느낄 시간이 없었잖아요. 사회적 스트레스에 단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었을 것이고, 엘리트 의식에 취해 살았을 겁니다. 한국의 부모들, 자식이 의대를 다니면 공부만 하게 하지 집안의 고민이나 고통을 공유하게 하지 않아요. 둘째는 의과대학 교육내용 중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아만이즘에 싸여있는 본인의 모습을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일명 내관(內觀 introspection))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과수업은 매우 빈약하다. 또한 그러한 과정이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행위가 진료 현장 혹은 일상 생활 중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도록 몸에 배어 습관화하려면 최대 10년이상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의사직군의 고등교육과정은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전공의 3~4년, 전임의 1~2년 도합 11~13년으로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교육기간이 가장 길다. 하지만 의과대학 정규교육 및 의사면허 취득 후 교육과정에서도 그러한 과정은 공식적으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셋째는 상대방을 공감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아만이즘의 잉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의과대학 정규교육 및 의사면허 취득 후 교육과정의 내용이다. 그 기간 동안의 교육내용은 의학적 및 과학적 사실의 습득으로 이성적이고 어찌 보면 다소 기계적 사고의 능력이 우선시된다. 그러한 과정에 (본인도 모르게) 공감 및 배려 등의 감정 능력이 저하되고, (본인도 모르게) 마주하는 사안에 감정의 흔들림을 가능한 절제하도록 훈련되고, (본인도 모르게) 질병과 관련된 사연과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보다는, 혈액, 영상, 조직 검사 등 손상된 인체의 물질적 결과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마치 영화 이퀼리브리움 [6] 에서 감정이 표현되지 못하도록 매일 주사 맞고 기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점점 변해간다. 이 역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다. 4. 심화학습 인간에게 진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생존과 번식이었고, 현재에도 그 중요성은 전혀 변함이 없다. 특히 생존과 연관된 건강과 질병은 다른 그 어떤 사안보다 우선시된다. 의사라는 인간은 인간의 이와 같은 절대적 사안에 의업으로 관여하며, 그것을 통하여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희망, 웃음 그리고 기쁨을 줄 수 있는 선한 능력자다. 의과대학생은 각자 다양한 이유와 목표를 가지로 의과대학에 입학했겠지만, 본인이 앞으로 부여받게 될 선한 능력이 보다 원만하게 그리고 보다 넓은 세상에 펼쳐지기 위해서는 동료 의사 및 병원 내 다른 직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의학 공부 이외에 추가적 준비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음 내용에 대한 자문(自問)을 권한다; (1) 의사로서 나는 행여 아만이즘에 빠져 있지 아닌지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는가? 필자는 1979년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현재까지 40년 이상 의업에 종사하면서, 의사로서 대학병원에서 그리고 남편과 아빠로서 가정에서 다양한 사건(life events)을 경험했다. 그 중 의사직군에 종사하는 동료 및 미래에 의업에 종사하게 될 후학들에게 꼭 알리고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본인도 모르게 형성된) 아만이즘이다. 현재까지 병원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기간 중 약 1/3인 10년간 병원 보직(진료부장 4년, 부원장 4년, 병원장 2년)을 맡았다. 필자가 아만이즘에 쌓여 있다고 자각하고 난 후 병원내 의사직군을 우연히 살펴보기도 하고 또한 보직을 맡은 동안에는 내부직원의 민원을 공식 루트를 통해 보고 받기도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의사직군에서 종종 관찰되는 아만이즘으로 인하여 같은 과 혹은 타과에 근무하는 선-후배 교수 그리고 병원내 다른 직군의 직원들이 겪게 되는 부정적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비슷한 사례의 다른 대학 상황도 매우 우연히 접하게 되는데, 몇몇 과원의 아만이즘에 따른 과원간 불화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단단했던 해당 조직이 얼마 후 와해되는 경우도 경험했다. 또한 보직 기간 중 동료 교수, 전공의, 인턴 중 극히 몇명은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진료 민원을 보고 받은 적 있다.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아만이즘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만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될 수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아서 보고를 받을 때마다 못내 아쉬웠다. 가정적으로 필자는 결혼 후 근 20년 이상 집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고, (필자에게 아만이즘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집사람과의 불화가 오랜 동안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하여 집사람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자주 입혔고, 집사람은 현재에도 간간히 그때 입은 상처에 대한 부정적 경혐의 내용을 (부정적 감정은 거른 후) 생생하게 토로하곤 한다. 그 내용을 들어보고 제 3자의 입장에서 과거의 필자 자신을 관찰해 보면, 지난 세월 아만이즘에 휩싸여 집사람의 말과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는 마치 일종의 성격 장애자(?)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필자 자신과 집사람은 서로 각자가 분노, 우울, 실망, 슬픔 등 부정적 감정에 휩싸였고, 이어서 이런 저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정 내 문제가 발생하였다. 결국 한번뿐인 삶의 소중한 시간이 소모되었고, 더 나아가 발생된 문제 중 몇개는 해결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부(富)도 손실되었다. 그런데 보다 절실한 문제는 (필자의 아만이즘 때문이라고 깨닫기 전까지는) 외부적으로는 나름 자타가 공인하는 의업의 성실맨으로 살고 있다고 내심 자만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러한 일이 필자에게 발생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무척 답답하고 우울한 적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 것은 지난 세월 동안 필자에게 마치 허리케인처럼 닥쳤던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가 나 자신의 아만이즘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심적 고통, 단 한 번 뿐인 귀중한 시절의 감정적 소모적 낭비 그리고 부의 손실에 따른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어, 충분히 복구되려면 앞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그러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필자는 틈틈이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을 반복하여 보면서 그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병원 조직의 최고 책임자인 병원장직을 수행하는 2년 동안은 혹시 오랫동안 필자의 습(習)이었던 아만이즘이 병원 경영 중 행여 재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자 의도적으로 자주 들여다 보았다. 앞으로 선한 능력자인 의사가 될 후학들이 행여 (본인도 모르게) 아만이즘에 휩싸여 병원 및 가정에서 필자와 같은 직접-간접적 경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에 대한 준비를 권한다. (2) 의사로서 나는 병원조직 리더로서의 책임을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병원 조직은 수 십종의 분야에서 국가공인자격을 받은 전문가(예,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약사, 회계사 등등)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의사는 단독 혹은 그룹으로 개원하든, 종합병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든 혹은 대학병원에서 봉직하든 병원조직의 특성으로 리더의 역할이 주어진다. 리더인 의사는 의료 진료 업무 진행의 출발점이며, 경영적으로도 의료 수입 창출의 시작점이다. 병원의 전체 시스템은 의사의 진료 업무를 최우선에 두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작동되도록 편성되었다. 또한 의사는 각자의 진료 현장에서도 의료 업무의 특성 상 동참하는 구성원의 리더로서 진료를 주도하여 수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병원 조직의 주요 보직은 의사가 맡아야 한다. 즉 의사는 언젠가 누군가는 병원 경영에 관여해야 된다. 병원의 전체 직원들은 병원에서 제공한 급여로 각자의 생활과 가정을 경제적으로 안정하게 영위한다. 병원은 각자가 전문 분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지식과 술기를 진료 현장에서 행하면서, 직업적 그리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장이다. 그와 같이 소중한 병원이 경영적으로 성공하고 안정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사 중 누군가는 언젠가 경우에 따라서는 몇 일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며 경영에 힘써야 한다. 경영의 핵심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리더십인데, 현재 의과대학의 공식적 의학교육과정에는 리더십을 포함한 병원경영 등에 관련된 학업과 과정은 극히 제한적 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참고 자료 (1) 김종혁, 안근용, 제원우.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대학병원 편, 21세기 북스, 2014. - 의사에게 ‘환자’ 및 ‘의학’에 대한 책임에 추가적으로 ‘조직(병원)’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2) 정동일. 사람을 남겨라: 인재를 키우고 성과를 올리는 리더의 조건, 북스톤, 2015. - 경영에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배웠고, 병원보직자들과의 독서토론용으로 자주 애용하였다. (3) 이안 로버트슨. 승자의 뇌, 이경식 역. 알에이치코리아, 2013. - 성공만을 경험한 사람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일깨워 준 책이다. 매년 병원 실습 나오는 의과대학생에게 읽히고 문답식 토론으로 학생 본인 스스로를 관찰하는 데 사용하였다. (4) 윤운중.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모요사, 2013. - 그림을 통한 인간이해(human understanding)에 귀중한 자료를 많이 얻었다. 각주 [1] 그림출처: H. 사비니ㆍA. 코레아르, 메두사호의 조난, 심홍 역, 리에종, 2016년 [2] 성경에서 다윗이 부하의 아내인 밧세바를 임신시킨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죽게 만든 일화에서 비롯된 말. 권력을 쥔 사람이 스스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도취되어 현실감각이 흐려지고 결국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3] 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4] 대전일보. 2012.1.26 [5] 신동아 (2008.6.1) [6] 원작명 Equilibrium: Killer of emotions, 2002.